[보도자료]한옥에 살고자 하는 마음 위해 장인들이 뭉쳤다
한옥에 살고자 하는 마음 위해 장인들이 뭉쳤다
출처 : http://www.hani.co.kr/arti/specialsection/esc_section/630976.html
정승호 총괄이사가 5년째 짓고 있는 경기도 양주시 회정동의 목조주택. 밤나무 너와가 돋보인다.
[매거진 esc] 살고 싶은 집
합리적 가격에 정성으로 짓는 한옥 공급을 위해 젊은 장인들이 뭉쳐 만든 참우리건축협동조합
우연한 기회에 2010년 베니스건축비엔날레에 스태프로 참여했었다. 당시 회사에서 출품한 작품은 한식 구조물이었고, 현지에서 3주 동안 설치작업을 해야 하는 큰 공사였다. 정태도 도편수(현 참우리건축협동조합 이사장)를 비롯하여 대목 3인이 20일간 그곳에서 한식 목구조의 짜 맞춤, 창호 설치, 바닥 마감까지 공정을 직접 완성했다. 이를 본 영국, 독일 등 관련 직종 외국인들은 관심을 보이며 많은 질문을 던졌다. “대한민국에서는 이렇게 사람의 손기술을 이용해 짓는 집이 아직 남아 있나요?” “여전히 그런 방식으로 지어지고 있나요?” 우리는 한옥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곳곳에서 지어지고 있고, 최근 지으려는 사람들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대답했다. 대·소목, 수장목공, 건축가 등 15년 이상 경력 30~40대 전문가들 “좋은 집 지어보자” 의기투합 재료 개발에서 사후 관리까지 집 생애주기 시스템 구축 나서 최근 한옥은 젊은 시절 직접 살아본 경험이 있는 중·장년층뿐 아니라 새집을 짓으려는 젊은 사람들에게도 인기가 높은 편이다. 이 땅의 나무, 돌, 흙을 가지고 오랫동안 전수된 손기술로 지은, 손의 기억을 간직한 집이 바로 한옥이다. 대부분 단층인 한옥은 땅을 밟고 서 있는 이 땅의 오랜 주거 형식이다. 정치·경제·사회가 바뀌면서 그 모습에선 비록 다양한 변화가 있었지만, 땅에서 자란 나무를 이용해 사람의 손기술과 정신, 즉 정성으로 짓는 집이라는 데는 변함이 없다. 한옥을 지으려면 몇가지 주의할 사항이 있다. 우선 대지 선정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전통적인 풍수를 포함하여 주인과 궁합이 맞는 편안한 땅을 만나야 하는 것이다. 다음은 그 대지에 어울리는 재료, 그 땅과 재료의 성질에 맞게 깎고 갈고 다듬어 집을 짓는 사람, 곧 장인이 중요하다. 물론 현대에 맞는 라이프스타일을 계획하고 조직하는 건축가가 포함되어야 한다. 인터넷과 관련 장비(디바이스)의 대중화로 정보를 얻는 것이 편해졌다고는 하지만 건축주가 직접 집을 짓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위의 중요한 작업들을 유기적으로 조직하고 관리할 수 있는 회사나 사람을 찾는 것이 좋다.
한옥을 지을 땐 건축주, 집, 재료, 만드는 사람이 모두 관계 복원에 힘쓰는 것이 중요하다.
한옥을 짓고자 하는 사람들이 한결같이 우려하며 던지는 질문이 있다. “겨울에 춥지 않습니까?” “시공비가 비싸지 않습니까?” “자연재료들이 변형되는데 사후에 관리가 어렵지 않습니까?” 등이다. 한옥은 땅과 인접해 대지 친화적이어서 마당과 집이 편안한 관계를 만든다. 그뿐만 아니라 소재 대부분이 원재료에서 크게 변형되지 않는 수준이어서 자연친화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관리만 잘하면 목재나 돌, 흙의 수명만큼 오랫동안 버틸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이런 장점이 바로 사람들의 걱정과도 맞닿아 있는 셈이다. 한옥은 지속적인 관심을 요구하는 집이다. 근대화 이전 한국 사회에는 살고 있는 집을 신축·유지·보수할 수 있는 사회시스템이 존재했다.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쉽게 짓고 고칠 수 있었기 때문에 집의 관리가 용이했다. 하지만 산업화로 경제 및 사회 시스템이 변화하면서 한옥을 관리하기 위한 인력의 수급과 접근성에 한계가 드러났다. 여기에 국가경제의 성장으로 인건비가 자연스럽게 상승했고, 투입되는 인건비가 공사비의 50%를 넘어서게 됐다. 이렇듯 한옥은 자연스럽게 보편적인 주거에서 멀어지게 됐다. 요즘 한옥에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꿈꾸는 집은 어릴 적 기억이 닿아 있는 시원한 대청마루나 따뜻한 아랫목, 사계절을 느낄 수 있는 마당 등이 있는 집이다. 대부분 전통주거로서의 한옥 외형에 뿌리를 둔다. 하지만 현대 주거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요즘 생활에 필요한 시설이나 장비 등을 한옥 내부에 들이고 싶어 한다. 결국 현대 시설과 전통의 이미지가 만나는 새로운 주거를 요구하는 것이다. 현대 산업의 관점에서 보면 그런 집은 비싸다. 최근 기존의 사람이 하던 작업들을 기계로 대체하여 가격을 낮춘 한옥들이 지어지고 있지만 이미 산업화로 표준화된 현대식 주거를 경험한 사람들의 눈높이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사람들은 한옥이 장인의 손맛이 느껴지면서 자연스럽고 소박한 우리의 주거이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정성’을 노동의 질과 투입되는 시간에 비례한다고 보면, 한옥이 값이 비싼 것은 그만큼 정성이 들어갔기 때문일 것이다. 살고 싶은 집이 비싼 것은 경제적 문제이기도 하지만, 공동체의 구성원 간에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한옥을 지을 땐 건축주, 집, 재료, 만드는 사람이 모두 관계 복원에 힘쓰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2013년 9월27일 서울 종로구 북촌의 한식당에서 가칭 ‘한옥건축협동조합’ 설립추진위원회 발족식을 했다. 대목, 소목, 수장목공, 건축가, 시공전문가 등 오랫동안 한옥을 지어온 사람들이 모여 협동조합을 만들고, 함께 좋은 집을 짓고자 다짐했다. 마침내 올해 1월6일 ‘참우리건축협동조합’이 정식 출범했다. 건설사나 개인에게 하청받아서 해오던 일을 각 공정의 장인들과 건축가가 주도적으로 맡아 지을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정성 들인 한옥을 적정한 가격에 공급하면서도 각 공정별 장인의 능력을 전수하고, 재료의 품질을 개발하며 지어진 집이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도록 관리하는 일까지 한 사람의 생애를 넘어서는 집의 생애주기를 관리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사실 조합원들 대부분은 30~40대로 장인이라 불리기에는 어린 편이다. 하지만 협동조합의 이사장인 정태도 도편수는 10대 때부터 한옥일을 해온 30년 경력자이고, 대부분의 조합원들이 15년 이상의 경력을 가지고 있다. 한옥 현장 전반을 담당하는 정승호 총괄이사의 경우 20년 경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집을 직접 짓고 있다. 5년 전 경기도 양주시 회정동에 어려서 살았던 대지의 낡은 주택을 헐고 한옥의 구조와 양식 목구조의 기능을 합한 목조주택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바쁜 일상 때문에 조금씩 지어온 세월만 벌써 5년이다. 직접 구입한 밤나무를 쪼개서 올린 너와를 보면 그 정성이 한눈에 보인다. 한옥은 원재료를 건조하거나 보관한 뒤 사람이 작업할 수 있는 수준의 완력으로 가공하여 조립하고 설치하는 목조가구식 건물이다. 짓는 것, 사는 것 모두 사람을 중심으로 하며, 자연재료를 가공해 결과물을 만드는 과거의 방식을 일부 현대식 기계로 대체할 뿐 만드는 방식은 예나 지금이나 같다. 이 때문에 시대가 변했어도 한옥을 짓기 위해서는 건축주와 한옥, 재료와 만드는 사람, 건축주와 짓는 사람들 간의 신뢰 및 관계 복원에 힘써 설계부터 짓고 관리하는 전반적인 일의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한옥을 만드는 건 물론 어려운 일이지만 ‘협동조합’ 형식으로 석공, 와공, 대목, 인테리어목공, 실내디자이너, 건축사 등 전 공정을 수행할 수 있는 전문가들이 조합의 주인이자 한마음으로 일을 한다. 결국 살고 싶은 집을 짓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은 살고자 하는 그 마음 아닌가. 여러 사회문제를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해결하기 위해 만드는 것이 ‘협동조합’이라는 법인이라고 한다면, 살고자 하는 마음이 들게 하는 집으로서 ‘한옥’과 협동정신의 ‘조합’은 잘 어울리는 쌍일 터다. 정성을 다해 지은 새집은 새 생명과 같다. 그 생명 속에서 사람이 나서, 자라고, 죽는 인생이 계속되는 것이다. 사람이 이 땅에 존속하는 한 그 일생을 담는 집을 짓는 일은 계속될 것이다. 글 참우리건축협동조합 커뮤니케이션 디자이너 김원천 사진 정승호(주택), 박지윤(사무실), 김원천(공사) 제공